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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미국과 중국 자본 사이에서의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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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ngaru 2024. 4.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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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게임이다. 2009년 출시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e스포츠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을 개발한 라이엇 게임즈와 중국의 IT 공룡 텐센트와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자본의 복잡한 얽힘이 드러난다.

 

 

 

라이엇 게임즈와 텐센트의 밀월

 

라이엇 게임즈는 2006년 미국에서 설립된 게임 개발사로, 'DotA'에서 영감을 얻어 비슷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자본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 2008년 중국의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롤이 정식 출시되기 전부터 텐센트가 라이엇 지분 22.34%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텐센트가 롤의 잠재력을 일찍이 알아보고 선제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텐센트는 꾸준히 라이엇에 자금을 지원했고, 2011년에는 라이엇 지분 93%를 보유하며 사실상 모회사가 되었다. 2015년에는 남은 지분까지 인수하여 라이엇을 완전히 품에 안았다. 이로써 롤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은 중국 자본에 귀속되는 구조가 확립되었다. 실제로 2021년 롤의 글로벌 매출액은 1조 8천억 원을 넘어섰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자본 vs 미국 기업, 롤을 둘러싼 줄다리기

 

롤은 표면적으로는 미국 게임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자본의 영향력 아래 있다. 이는 문화 콘텐츠 이면에 자리 잡은 자본의 흐름과 이해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라이엇이 게임 개발과 운영에 있어 나름의 자율성을 지니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텐센트로부터 경영 간섭을 최소화하는 조건으로 인수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 구조상 텐센트가 절대적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언제든 개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은 분명하다.

 

 

 

e스포츠 한류를 이끈 롤, 그 이면의 중국 자본

 

롤은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콘텐츠다. 특히 페이커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e스포츠 한류를 이끌며 국민적 자부심의 원천이 되어왔다. LCK가 롤의 메카로 인식되고, 한국 서버가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는 것도 한국 e스포츠의 저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 이면에는 중국 자본의 역할이 크다. 텐센트는 라이엇을 인수한 이후 e스포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전 세계 우수 인재를 모으고 있는 LPL이 대표적이다. 이는 한국 e스포츠계에도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유저들의 복잡한 속내

 

최근 한국에서는 반중 정서가 확산되면서, 중국 자본으로 운영되는 롤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유저들은 롤에 투자한 시간과 돈이 중국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토로하며, 롤을 '중국 게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롤깨'라는 비하적 표현까지 등장했다.

 

또한 중국발 디도스 공격이나 핵 사용 문제로 중국 유저들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e스포츠 대회의 공정성마저 훼손하는 이런 행태는 롤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반면 롤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는 유저들도 많다. 롤은 수많은 팬들에게 단순한 오락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랜 시간 e스포츠 문화를 이끌어온 만큼 게임에 대한 애착과 프로 선수들을 향한 응원의 마음은 여전하다.

 

이처럼 반중 정서와 롤에 대한 애정 사이에서 한국 유저들은 묘한 내적 갈등을 겪고 있다. 이는 문화 콘텐츠를 향유하는 개인의 선택과 정치·사회적 담론 사이의 긴장 관계를 보여준다.

 

 

                                       출처 라이엇게임즈 웹사이트

 

나가며: 자본을 넘어선 문화적 가치에 주목할 때

 

롤은 개발사의 국적을 떠나 전 세계 유저들에게 사랑받는 걸작 게임이다. e스포츠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며 게임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한 타이틀이기도 하다.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의 땀과 열정, 그리고 팬들의 뜨거운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라이엇을 거느린 건 중국 자본이지만, 게임 문화가 창출하는 감동과 재미의 가치는 국적을 초월한다. 한국 e스포츠의 자부심인 페이커의 플레이는 중국 자본의 논리로 환원될 수 없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닌다.

 

물론 롤을 둘러싼 자본의 논리와 각국의 이해관계를 냉정히 바라볼 필요는 있다. 거대 자본의 각축장이 된 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한국 e스포츠계는 어떤 도전에 직면할지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문화가 자본을 넘어 우리에게 주는 감동과 영감의 가치를 잊어선 안 된다. 롤은 이런 양면성을 모두 보여주는 사례다. 롤이 걸어온 10년의 여정은 복잡한 자본의 논리 속에서도 게임 문화의 저력은 여전히 빛날 수 있음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