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피의자 신상공개, 공익과 사익의 조화로운 균형점을 찾아서

카테고리 없음

by bangaru 2024. 5. 2. 08:21

본문

 

 

 

범죄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범죄예방 등 공익적 측면에서 신상공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한편, 무죄추정의 원칙 훼손과 인권침해 우려 등 부작용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신상공개 제도의 의의와 도입 배경

 

우리나라는 2010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통해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당시 연쇄 살인범 ㄱㅇㅇ, 어린이 성폭행범 ㅈㅇㅇ 사건 등 잔혹한 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크게 작용했죠. 제도 시행 후 신상이 공개된 흉악범들은 3,000여 명에 이릅니다.

 

신상공개 제도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 유사 범죄 예방, 수사 협조를 구하는 등의 순기능이 있습니다. 특히 흉악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을 알리고 경각심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인권침해 논란과 남용 우려

 

 

반면 신상공개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무고한 피의자가 유죄로 확정되기도 전에 신상이 공개돼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ㅁㅇ *****사건'에서는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은 피의자들의 신상이 이미 공개돼 명예훼손 등 심각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당사자들은 결국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도 경찰의 부당한 신상공개를 인정해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습니다.

 

또한 지난해 한 해에만 3,600여 건의 이름, 나이 등 인적사항이 공개되면서 신상공개 남용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습니다. 이에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신중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경찰청장에 제도개선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외국의 신상공개 운영 사례

 

 

피의자 신상공개와 관련해 주요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상당한 차이가 발견됩니다. 영미법계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알권리를 중시하는 문화로 인해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해 관대한 편입니다.

 

실제 미국은 정보자유법에 따라 공공기관이 보유한 범죄기록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도 언론에 피의자의 실명과 얼굴이 공개되곤 합니다. 일본 역시 범죄 발생 시 언론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집니다.

 

반면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중시하며 유죄 판결 전까지는 피의자의 신상을 철저히 보호합니다. 피의자의 실명이나 초상권을 침해하는 보도는 법적 제재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조화로운 균형점 모색을 위한 과제

 

이처럼 피의자 신상공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양 측면 모두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범죄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피해 예방 등 공익적 필요성은 인정되나, 무분별한 인권침해 가능성 또한 간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엄격한 기준 하에 신중하게 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현행법상 신상공개 대상은 특정강력범죄(살인, 강도 등)와 성폭력 범죄로 한정돼 있으나, 음주운전이나 스토킹 등에 대한 신상공개 요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고한 피의자의 인권 보호와 무죄추정 원칙을 고려할 때 대상 범죄의 확대에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또한 수사 초기 단계보다는 기소 후 재판 과정에서의 신상공개가 보다 바람직해 보입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의 섣부른 신상공개는 자칫 무고한 피의자에 대한 유죄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신상공개 심의기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경찰청 내 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독립적인 민간전문가 중심의 심의기구 운영을 검토해 볼 만합니다. 아울러 부당한 신상공개로 인한 인권 피해에 대한 구제수단 마련과 수사기관의 책임성 확보 방안도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맺음말

 

피의자 신상공개는 국민의 알권리와 사회적 안전, 그리고 피의자의 인격권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입니다.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기보다는 균형 잡힌 관점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관련 법·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언론과 수사기관의 신중하고 절제된 자세가 요구됩니다.

 

무엇보다 이 문제의 본질은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더 우선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공익과 사익, 알권리와 인격권 보호라는 두 가치를 조화롭게 균형 잡는 사회적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신상공개 문제의 올바른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