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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제도, 대중교통 활성화의 묘수인가 포퓰리즘의 함정인가

딴지걸기

by bangaru 2024. 5. 2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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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제도는 단일 요금으로 버스와 지하철을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게 해 이용객들의 편의를 크게 증진시킨 교통 정책입니다. 2004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시에 도입되어 대중교통 활성화에 일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막대한 재정 지출을 동반하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먼저 환승제도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에 기여한 바를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환승제 시행 후 버스 이용객이 476만명에서 516만명으로 증가했고, 지하철 승객도 2005년 631만명에서 2008년 709만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저렴한 환승요금은 시민들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선택하게 만드는 주요 동기로 작용한 것입니다.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 증가는 자가용 감소로 이어져 교통 혼잡 완화와 대기오염 저감이라는 사회적 편익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를 보면 승용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2003년 6만2천톤에서 2007년 4만5천톤으로 27.4%나 줄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환승제 덕분에 지난 10년간 교통 혼잡 비용 11조7720억원을 절감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처럼 환승제도는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편익을 창출하는 순기능이 분명 존재합니다. 특히 최근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자가용 억제와 대중교통 활성화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환승제도의 의의를 평가절하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환승할인에 따른 막대한 재정 부담은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경고등을 켜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연간 환승보전금 규모가 2009년에서 2019년으로 10년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났습니다. 이는 시민 세금으로 메워야 할 빚이 늘어났다는 뜻입니다.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인해 정작 시민들이 체감하는 대중교통 서비스의 질적 개선은 더뎌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무임승차와 마찬가지로 환승제도 역시 표퓰리즘 정책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최근에는 수도권 광역버스와 마을버스까지 환승할인 대상을 확대하면서 혜택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졌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이 선거철마다 환승요금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 역시 표심 잡기 용도에 불과하다고 꼬집기도 합니다.

 

 

물론 무료 환승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영국 런던, 에스토니아 탈린 등 일부 해외 도시에서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펼치며 긍정적 효과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은 막대한 세수로 뒷받침되는 만큼 우리 실정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보편적 복지보다는 꼭 필요한 계층을 선별 지원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환승제도를 둘러싼 상반된 시각은 대중교통 정책이 추구해야 할 공익성과 지속가능성 사이의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이용자 편의 제고라는 정책 본연의 목적과 재정적 현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선택적 복지 도입, 비수기 할인 등 재정 절감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요금 현실화와 서비스 개선을 위한 투자도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통 정책의 옳고 그름을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궁극적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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